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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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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UNIST 인권센터 작성일22-09-23 14:19 조회8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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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팀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조직의 퍼포먼스는 떨어집니다. 협력이 잘 되지 않는 정도의 작은 문제에서 사건 조사로 인한 업무의 중단 같은 문제도 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자살과 같은 커다란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살인 등의 사적 복수가 발생하면 최악입니다. 살인 후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덕적 윤리적 문제 뿐 아니라 브랜드 평판 저하나 고위임원의 사퇴 등으로 경영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사기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마주치게 될 때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맥락에 따라 다양할 것입니다. 신고인(피해자), 행위자(가해자), 주변인(목격자/참고인), 조직리더 등 입장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사건의 종류와 심각도 또한 다를 것입니다. 물리적 증거가 남는 폭행과 같은 판단하기 쉬운 사건도 있지만 따돌림이나 업무 배제와 같은 경우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조사부서(감사실 등)와 상의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해자를 탓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 보다는 낫지만 이것이 최선은 아닐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팀워크,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각각의 요소를 들여다봅시다. 인재의 이탈을 막고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점검해봅시다.

<, 규제 그리고 문화의 변화>

우리나라는 20197월부터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산업재해도 점차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강화되었으니 옛날 일제 잔재나 군사정권 시절 남아 있던 폭력 문화는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대 간에 경험이 매우 다릅니다. 급격히 선진국이 되었고 세계화를 경험한 수준도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일이 현재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법에서는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는 경우로 명시하였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직급 상에서 상급자가 아니어도 나이, 숙련도, 타 구성원과의 친밀도 등에서 발생하는 우위도 해당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직 내 사건이 항상 상급자 하급자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사실의 조사는 주로 조사부서에서 할 것입니다. 조사로 확인이 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 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가 이뤄집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입니다. 조사 과정 또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피해를 주장하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져야 합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른다며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좋은 리더십이 아닙니다. 신고자와 합의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 확인된 행위자의 징계에도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괴롭힘 종류의 이해>

신체폭력: 전치 4주의 폭행은 누구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물건을 던지는 정도는 괜찮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언어폭력: 욕설, 폭언, 모욕, 명예훼손 등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적하면 될 일을 수치심을 자극하기 위해 해당 업무와 관계없는 구성원도 알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위자는 업무 효율이나 실수를 막으려고 그랬다며 변명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를 노출시키지 않거나 더 좋은 방법이 없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업적이나 능력을 평가할 때 현재의 문제점과 개선을 요구하면 될 일을 모욕이나 비하를 동반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강한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따돌림: 좋지 않은 소문을 내고 무시하고 따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의 폭력보다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헛소문을 내거나 대놓고 째려보고 피하는 경우는 쉽지만 소문에 일부 사실이 들어가거나 업무 시간 등을 핑계로 은근히 따돌리는 경우 명확하지 않습니다.

업무 관련: 적정 범위를 넘는 일을 시키거나 반대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 일반적으로 해낼 수 없는 양의 일을 시키거나 야근 등의 추가 근무를 시키는 경우 혹은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에 적절한 업무 배분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자유 침해: 회식, 음주, 장기자랑 등의 강요. 휴가나 복지 혜택을 못 쓰게 하는 경우. 개인적 일에 지나친 간섭하는 경우.

분류가 쉽지 않고, 복합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애매한 지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의 일은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상황과 업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행위자를 바로 제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더 나은 조직문화를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위치별 심리와 해야 할 일>

*신고인(피해자)

고통이 너무 크거나 반복된다면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이룬 것이 무너질까 혹은 내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면 어쩌나 끙끙 앓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적어도 믿을만한 사람과 상의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멘토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직 외의 사람과 상의할 수도 있습니다. 자살 혹은 사적 복수 모두 자신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행위자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제도를 이용한 문제 제기든 정신, 신체적인 보호든 자신을 위한 것을 하세요. 피해 상황을 기록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해서 시간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보내도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녹음도 잘 됩니다.

행위자가 100% 악인인 것은 아닙니다. 다른 면에서 좋은 면을 가진 사람도 한 쪽으로는 악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행동의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나로 인해 누군가를 파멸시킨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나서서 먼저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좌절하지 마세요. 원래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데 남의 일에 나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 때는 도와줄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잘 모르면서 남의 일을 얘기하는 사람은 원래 있습니다. 그것이 두려워 피하지 마세요.

반대로 참고 참다 자신은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는 큰 가해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긴 했지만 규칙이나 법률로 큰 위반사항이 아닌 경우들 말입니다. 피해자의 고통이 크다고 반드시 엄중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위자(가해자)

자신의 행동을 조금이라도 인정하면 나쁜 사람인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신고인의 피해 회복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처벌이 더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내 기준으로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은 내 기준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색을 못 본다면 아무리 회색이라고 얘기해도 남들이 보기에는 빨간색입니다.

피드백을 줘도 개선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변명일 뿐입니다. 업무 평가와 피드백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주 옛날에는 노예 제도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법과 제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현재의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잠깐은 피해갈 수 있더라도 선진화된 사회에서 계속해서 그 방식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혹시 신고인의 주장이 모두 인정되어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 모든 것을 부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방어할 것은 방어하시면 됩니다.

*주변인(목격자/참고인)

양측과의 친밀도 혹은 공감이 가는 부분에 따라 마음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나를 잘 가르쳐준 행위자에게 미안하고 혹시 가장인 그가 직장을 잃을까 걱정되는 것도 그럴 수 있습니다. 동시에 나와 같은 위치 혹은 성별인 피해자가 안쓰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받느라 사건을 언급할 수 없더라도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유지하시면 좋겠습니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인사나 안부를 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조직리더

사건의 종류와 심각한 정도 그리고 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리더의 역할입니다. 조사부서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며 각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간적으로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사건이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마치며>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조직에서나 괴롭힘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선발된 사람들이 있는 대기업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불과 1년 전에 시총 10위 내의 IT기업에서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력이 있던 임원이라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고, 십여 명의 팀장들의 문제제기도 묵살되었다는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그 임원과 관련된 C레벨도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에 이것도 원인이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 정두영 UNIST 헬스케어센터장, SK 하이닉스 사내 기고문-